
내가 당신께 다시 고하옵는 말씀은 인생이라는 것이 본래 장생불사 하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한 번 태어났다가 한 번 죽는 바요 , 또 사는 동안이 매우 짧은 것입니다.
나나 당신이 다 인생의 하나로서 세상에 와 있는 동안 잘 지내거나 못 지내거나 삶의 시간이 거진 다 지나갔고 이제 남은 기간이 많지 못합니다. 나는 나의 지나간 역사의 그릇된 자취를 더듬어 보고 양심에 책망을 받음으로 비상한 고통을 때때로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다 지나갔으니 후회막급으로 생각을 하여도 별도리가 없습니다. 그런즉 지나간 모든 것을 다 끊어 보내어 버리고 오직 남아 있는 짧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함이외다.
아무 별것이 없고 오직 사랑뿐입니다.
사랑, 이것이 인생이 밟아 나가야 할 최고의 진리입니다. 인생의 모든 행복은 인류 간 화평에서 나오고 화평은 사랑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여 본 바 어떤 가정이나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면 화목하고, 화목하면 행복한 가정입니다. 그와 같이 사랑이 있는 사회는 화평의 행복을 누기는 사회입니다. 사랑을 최고 자리로 믿고, 사랑을 실행하는 사람의 사랑으로 인하여 가정이나 사회에 화평의 행복이 촉진될 것입니다.
가정보다 먼저 사회보다 먼저 사랑을 믿고, 사랑을 품고, 사랑을 행하는 그 사람 자신의 마음이 비상한 화평 중에 있으므로 남이 헤아리지 못할 무한한 행복을 받을 것입니다. 그런즉 나나 당신이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에 우리 몸이 어떤 경우에 있든지 마음이 완전히 화평에 이르도록 사랑을 믿고 행하옵시다. 내가 이처럼 고요한 곳에 있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하던 결과 '사랑' 두 글자를 보내오니 당신의 사랑하는 남편이 옥중에서 보내는 선물로 받으소서. 이를 받아서 우선 집안의 자녀들을 평일보다 특별히 사랑하는 화평의 기분으로 대하소서. 삼촌 댁과 사촌 집 친족들이며 친구들한테 평시 감정을 쓸어 버리고 오직 사랑으로 대하기를 시험하소서. 그리하여 어떤 사람에게든지 자비의 정신을 품고 대하기를 공부하여 보소서.
아이들을 보고 싶은 마음은 평시보다 더욱 간절합니다.
그중에 필영이 생각이 더 많습니다.
1933년 6월 1일 대전형무소에서/안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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