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31일 일요일

다이고로야,고마워/오타니준코

아침, 도서관에 왔더니
내가 항상 궁금해하던 비밀의 문이 열려 있었다 긴 사다리 위쪽은 환했다 불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저긴 어디로 통하는 걸까.
또 봉사자 학생이 왔다 그애에게 책 정리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833번대에 꽂혀있는 저 책을 집어들었다. 난 선 채로 단숨에 읽었다.
다이고로 라는 기형원숭이. 팔은 반밖에 없고 다리는 아예 없었다. 오타니 가족과 함께한 동안 있었던 소소한 일들을 사진과 함께 실었다. 다이고로는 정말 가족이였다. 그리고 불현듯 다이고로는 떠났고 그 순간까지 사진에 담았다.
-벌써 뽀미가 떠난지 1년이라니, 난 고작 3,4개월쯤 된 줄로만 알았다. 하긴 벌써 송이를 식구로 맞은지가 6개월이니 그럴만 하다. 내가 집에 돌아와서 처음 굳어진 뽀미를 발견했다. 이상하고 섬뜩한 기분에 뽀미야 부르다가 아주 살짝 털을 스치고는 나는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었다. 잠깐이었지만 분명 딱딱했기에. 그리고 밖에 계신 엄마,아빠를 부르고. 엄마가 뽀미를 수건에 감싸기 전 사진 한 장을 남겨뒀었다.-
그런데 이 가족들, 뒷 얘기가 참 대단하고 영화 같다.왜인지 '조제,호랑이,그리고 물고기들'이 생각났다. 다이고로가 죽고난 후, 이 가족들은 장애인이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여관을 지었다. 가족 모두가 나서서. 마지막 사진이 인상깊었다. 휠체어를 탄 아주머니가 여관 한 켠에 마련된 다이고로 갤러리를 보며 같이 이야기 나누는 것.
그러고보니, 일본은 히로시마 원폭투어라는 큰 상처를 갖고있다. 그건 비단 그당시 사람들만의 아픔은 아닐것이다. 왜냐면 이렇게 아직도 여러 요인들과 복합적으로 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으니. 더군다나 이 가족의 아내인 오타니준코는 원폭을 직접 경험해 엄마를 잃었다.

금요일,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 날. 버스 안에서 그의 죽음과 함께 오늘 돌아가신 분이 또 있다며 정신대할머니를 소개했다. 15살때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정신대에 끌려가 일생의 반 이상을 그곳에서 보냈고 귀국 후에도 고향만 가면 그 생각에 다른 곳에서 사셨다고 한다. 것도 아주 어렵게.. 어렵게. 그러다 돌아가셨단다. 우리나라가 가진 상처다. 저러한 나라간의 불화로 어른들 대부분은 일본이 싫다고 하신다 심지어 내 친구도. 그런데 라디오에서 저 방송을 듣고 있자니 몇년 전 봤던 방송이 떠올랐다. 일본의 청년들은 우리나라에서 정신대할머니들을 찾아가 그들이 눈물흘리며 사과했다. 또 한국사람들에게 우리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도 했다.
아침부터 가슴이 벅차다.

어제 난 결국, 바다 한 뼘 가까이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아닌 바그다드 카페 비디오를 시청했다. 가가린에서 발견한 저것, 겉에 비닐포장도 뜯지 않은 채였고 아니나다를까 자막도 없었다. 해서 어쩌다보니 원어로 처음부터 끝까지 본 첫 영화가 되었다. 걱정과는 달리 쉬운 영어들로 말했고 사실 대사가 많지 않은 영화였다. 은선이가 좋다더니, 정말 좋았다. 시종일관 ost는 한 곡 이였다. 숙취에 몽롱한 기분으로 낮잠 한 숨 자고 본 영화는 거의 영상에 가까웠고 뜨개질 하던 손을 놓게 하였다. 비디오껍데기에 있던 1988 color film 이란 글자를 보고 괜히 반가웠다, 내가 태어난
좀 멜랑꼴리한 상황이 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그 노래. 그리워졌다

2009년 5월 30일 토요일


주사님께 말하고왔다. 점심시간까지만 있겠다고 일단 집에 가서 잠을 한 숨 자고 그 후에 뭘 먹고 책한권과 편지지2장과 메모들을 챙겨서 백남준아트센터에 갔다가 둘중 하나 골라 영화를 봐야지 오롯이 혼자일까
중학교 때 치던 땡땡이생각도 나고 열여덟살 때 처음 혼자 갔던 미술관,명동 김밥집 생각도 난다
오늘은 책을 읽을 수 없는 날이다. 어제 마신 보드카 때문일까 책을 폈는데 글자를 보니 울렁거렸다. 신기했다
그리고 주현이한테 말한것처럼 5월의 마지막 토요일을 갖게 되었다.

2009년 5월 24일 일요일

9songs





9 Songs is a 2004 British film, directed by Michael Winterbottom. The title refers to the nine songs played by eight different rock bands that complement the story of the film.
The film was controversial on its original release due to its sexual content, which included unsimulated footage of the two leads having sexual intercourse and performing oral sex as well as a scene of ejaculation. According to the Guardian, 9 Songs was the most sexually explicit mainstream film to date, largely because it includes several scenes of real sexual acts between the two lead actors. Margo Stilley's role is highly unusual in that she had unsimulated and very graphic sex with her co-star Kieran O'Brien, including genital fondling, female masturbation, with and without a vibrator, penetrative vaginal sex, cunnilingus and fellatio. During a scene in which Stilley masturbates his penis with her hand after performing fellatio on him, he became one of very few actors who have been shown ejaculating in a mainstream, UK produced feature. Due to the controversy, Stilley asked that director Michael Winterbottom refer to her simply by her character's name in interviews about the film./From Wikipedia





비오는 날, 나인송즈가 최고지 하는 말을 들으며 그 차에서 내렸다. 영화는 사실 기대 이하였다.1시간 좀 넘는 뮤직비디오를 본건지, 영화 속에 뮤직비디오가 껴 있는건지. 그런데 너무나 자연스런 둘. 누구나 하는 행동들, 하고싶어 하는 것을 다 보여 주었다. 사이사이 나오는 진짜 콘서트나 진짜 성행위나, 보고나니 아주 자연스러웠다. 이 여자의 몸과 검정색 팬티, 작은 가슴, 말라가는 입술을 적시는 혀,

가 닮아있었다. 영화는 별 내용없이 난 영상만을 쫓았고 공교롭게도 이걸 추천해 준 기타치는 그를 떠올렸다 그리곤 웃었다




다 놓아버려라

길다, 짧다, 깨끗하다,더럽다,많다,적다
분별하면 차별이 생기고
차별하면 집착이 생기게 마련.

옳은 것도 놓아버리고
그른 것도 놓아버려라.

긴 것도 놓아버리고
짧은 것도 놓아버려라.

하얀 것도 놓아버리고
검은 것도 놓아버려라.

바다는
천 개의 강, 만 개의 하천을
다 받아들이고도 푸른빛 그대로요,
짠맛 또한 그대로다.

다 놓아버려라.
/원효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그리고 좀 더 우둔해지리라.
가급적 모든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더 자주 여행을 하고
더 자주 석양을 구경하리라.
산에도 가고 강에서 수영도 즐기리라.
아이스크림도 많이 먹고 콩 요리는 덜 먹으리라.
실제적인 고통은 많이 겪게 되겠지만
상상 속의 고통은 가급적 피하리라.
보라,나는 시간시간을,
하루하루를 좀더 의미 있고 분별 있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리라.
아, 나는 이미 많은 순간들을 맞았으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그런 순간들을 좀더 많이 가지리라.
그리고 실제적인 순간들 외의
다른 무의미한 시간들을 갖지 않으려 애쓰리라.
오랜 세월을 앞에 두고 살아가는 대신에
오직 이 순간만을 즐기면서 살아가리라.
지금까지 난 체온계와 보온병, 레인코트, 우산이 없이는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사람 중 하나였다.
이제 내가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이보다 한결 간소한 차림으로 여행길에 나서리라.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지내리라.
무도회장에도 자주 나가리라.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라.
데이지 꽃도 더 많이 꺾으리라.
/나딘 스테어

내가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첫째 날,
사랑하는 이들을 다 불러모아놓고
그동안 목소리로만 듣던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겠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게 삶의 심오한 이치를 알게 해준 책을
눈으로 읽어보고 싶습니다.
오후에는 시원한 숲 속을 거닐면서
자연세계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겠습니다.
그리고 황홀한 저녁 노을을 보겠습니다.
당연히 그날 밤은 너무 감격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겠지요.
둘째 날,
새벽 일찍 일어나 밤이 낮으로 바뀌는
감동적인 순간을 보고 싶습니다.
아침에 들를 곳은 미술관입니다.
그동안 나는 예술품들을 손으로 만져서 감상해왔습니다.
촉감으로 느끼던 그것들을 직접 보고 싶습니다.
내 눈으로 볼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관람이 될까요?
다음에는 극장이나 영화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촉감으로만 느끼던 것들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면
그 스릴이 정말 대단할 거예요!
셋째 날,
다시 한 번 해가 뜨는 광경을 바라보겠습니다.
그 다음엔 거리로 나가 사람들이 오가는 광경을 바라보겠습니다.
빈민가, 공장,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에도 가보겠습니다.
외국인들이 사는 지역도 방문하겠습니다.
그것으로 외국여행을 대신할 수 있겠지요.
/헬렌 켈러
우연히 발견한 이 구절을 엄마에게 들려주었었다

다르게 여행하기



박물관을 피한다


당신이 낯선 도시에 있다면, 그 도시의 과거보다 현재가 더 흥미진진하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박물관에 가는 걸 의무처럼 여긴다. 어려서부터 여행이란 그런 문화를 찾아다니는 것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박물관은 중요하다. 그러나 박물관에 가려면 우선 충분한 시간과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무언가 기본적으로 봐야 할 것은 봤는데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안고 그곳을 나서게 될거다.


술집에 간다


술집에 가면 그 도시의 삶이 보인다. 부담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을 만한 분위기가 있는 곳. 신문을 사들고 한자리에 앉아 그저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자. 누군가 말을 붙이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 내용이라도 응하자.


마음을 열자


현지에 사는 사람들. 그들은 도시를 구석구석 알고 자신이 사는 곳에 자부심을 느끼며, 여행사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거리로 나가 우리가 얘기하고픈 사람을 고르고, 그에게 길을 묻자. 첫번째에 안 되면 두번째 사람에게 묻자. 해가 저물기 전에 멋진 안내자를 만날 것이다. 장담한다.


여행은 혼자서 가되, 결혼한 사람이라면 배우자와 간다.


비교하지 말자


여행의 목적은 타인보다 잘산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것은, 다른 이들은 어떻게 사는지, 그들에게서 본받을 만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이 현실과 삶의 비범함을 어떻게 조화시키며 사는지 배우는 것이다.


모두가 우리를 이해한다는 것을 이해하자


그 나라 말을 못 한다고 겁내지 말자. 나는 한마디도 소통할 수 없는 많은 나라들을 여행했지만, 결국 언제나 나를 도와주고, 안내해주고, 유용한 조언을 해주는 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심지어 여자친구를 사귀게 된 적도 있다. 호텔 명함이 주머니에 들어 있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너무 많이 사지 말자


돈은 운반할 필요가 없는 것들에 쓰자. 좋은 공연을 위한 티켓, 근사한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 피크닉 등등. 오늘날처럼 글로벌 경제와 인터넷이 지배하는 시대에는 비행기 초과수하료를 지불할 필요 없이도 무엇이든 살 수 있다.


한 달 안에 전세계를 다 보려고 하지 말자


나흘,닷새씩 한 도시에 머무는 것이 일주일 안에 다섯 도시를 도는 것보다 낫다. 도시는 변덕스런 여자 같아서, 유혹당하고 그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여행은 모험이다


헨리 밀러는 말했다.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교회를 발견하는 것이, 로마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떠들어대는 소리를 참으며 시스티나 성당을 관람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골목길로 들어가 미지의 무언가를 탐색할 자유를 만끽하자. 우리가 마주칠 그 무언가가 분명 우리의 인생을 바꾸게 될 것이다./파울로 쿄엘로

내 여행이 떠오른다. 대학 붙고나서 그 해 겨울과 봄 사이에 갔던 일본. 그 후 어딜 가든 내 레고같은 여행가방은 항상 함께다. 주위사람은 항상 바뀌어도.

다시는 펼쳐지지 않을 책

나는 서가의 책을 사백 권으로 제한하기로 결심했다. 어떤 책은 감정적 가치 때문에, 또 어떤 책은 틈만 나면 되풀이해 읽는 것이라 서가에 남았다.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한평생 정성을 다해 꾸민 서가라도, 주인이 죽고 나면 결국 무게 단위로 팔아치우는 모습이 안타까워서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모든 책을 집에 모셔놓아야 하는 이유는 무얼까? 친구들에게 교양을 과시하려고? 벽이 허전해서 장식용으로? 내가 산 책들은 내 집에서보다 공공도서관에서 훨씬 널리 읽힐 것이다.
당연히 지금도 나는 책을 산다. 책을 대신할 전자매체는 없다. 그러나 그것을 다 읽고 나면 여행을 떠나보낸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거나 공공도서관에 기증하는 것이다. 숲을 지키기 위해, 혹은 인심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다. 책에는 그것 나름의 길이 있고, 꼼짝없이 책꽂이에 묶여 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의 책을 여행시키자. 다른 이들의 손에 닿고, 다른 이들의 눈이 즐길 수 있도록. '다시는 펼쳐지지 않을 책들'이 나오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시 한 편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이젠 기억에도 아득한 베를렌의 시구가,
더는 발길 닿지 않을 거리가,
내 얼굴을 마지막으로 비춰본 거울이,
다시는 열지 않을 문이 있다.
내 눈앞 저 서가에
다시는 펼쳐지지 않을 책들이 있다.

내가 책들을 떠나보낼 때 느끼는 감정과 정확히 일치하는 시다. 나는 그 책들을 다시 펼쳐보지 않을 것이다. 새롭고 흥미로운 책들은 부단히 쏟아져나오고, 나는 그런 책들을 계속 읽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인회 때, 손때로 반질반질해진 내 책을 들고 오는 독자들을 만나는 것 역시 멋진 일이다.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여남은 번도 넘게 돌아다닌 책. 그 책을 쓰는 동안 작가의 영혼이 여행을 했듯이, 책 역시 나름의 여행을 한 것이다./파울로 쿄엘로


어제 도서관에서 네덜란드디자인여행 에 관한 책을 읽었다. 책머리에 그들 부부가 언급했듯이 그 책은 네덜란드를 여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거나 디자인에 관한 고찰. 같은 건 아니었다. 그치만 그 책을 통해서 네덜란드를 알게 되었고, 얀 반 에이크 아카데미라는 흥미로운 곳도 알게 되었다. 그곳은 파브리카와도 비슷한 곳이였는데 역시나 프로젝트로 이루어지는 곳이다. 네덜란드에서 수십년 전부터 쏟아져 나온 텍스트들과 모든 인쇄물들은. 대단했다 텍스트에 대한 애정 같은 게 보였다. 그리고 어제 집에 와서 티비를 트니, 부산의 한 헌책방골목이 소개가 되고 있었다.
OO동 이라고만 했을 때 펜으로 적어두었었다. 이번주에 찾아가 봐야지 했는데 부산이더라. 한 헌책방 주인아저씨는 3,000원으로 커피 한 잔을 사 마실수도 있지만 헌책방에 오면 그보다 더 값진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이 업에 종사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그 거리의 헌책방들은 모두 10년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했다. 오륜서 였던가. 단 3일 촬영하는 그 때에 맞춰 27살 청년이 저 책을 찾았었고 37년 된 저 책은 그아저씨네 책방에 딱 한 권 있었다.
책을 사가지고 가는 그 청년 뒤에 아저씨는, 저 책이 꼭 1년을 기다렸다고. 이제야 주인을 만났다고 했다. 그런 게 오래된 것에 대한, 돌고 도는 것에 대한 재미인 거 같다.
기분이 울적해서 아침부터 알랭드보통의 모든 책을 찾아보다가 내가 선택한 건 '동물원에 가기'
그런데 마침 동물원에 가기 옆에 꽂혀져 있던 책이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이다. 파리의 특정 고서점에서 인연을 맺은 것들을 책으로 엮었단다. 꼭 헌책방이 아닌 우리도서관에서도 이런 보물찾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또 동무와 연인 이라는 책도 찾아냇다. 부제는 말, 혹은 살로 맺은 동행의 풍경. 시간을 내서라도 이번주엔 꼭 가가린에 다시한번 다녀와야겠다.

어떤 프로포즈

미국서적상협회가 주최하는 도서전에 가기 위해 뉴욕 발 시카고 행 비행기를 탔을 때의 일이었다. 갑자기 한 젊은이가 기내 통로에 서더니 말했다.
"비행기가 착륙하면 장미 한 송이를 들어주실 분 계십니까? 열두 분요."
몇몇이 손을 들었다. 나 역시 손을 들었지만 뽑히진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일행을 따라가보기로 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후, 청년은 오헤어 공항 홀에 서 있는 한 아가씨를 가리켰다. 승객들이 차례로 그녀에게 다가가 장미를 건네주었다. 마지막으로 청년은 사람들 앞에서 청혼을 했고, 아가씨는 청년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한 스튜어드가 말했다.
"제가 공항에서 수년 동안 일하면서 본 것 중 가장 로맨틱한 장면입니다,"/파울로 코엘료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살아남는 종은 강한 자도 머리가 좋은 자도 아닌, 변화에 잘 적응하는 자다./찰스 다윈

Dutch Design

디자인 내적인 면에서, 외국인 눈에 들어오는 네덜란드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물질에 대한 감각이다.…따라서 디자이너도 작업을 물질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과 상통한다.(네덜란드의 여러 디자인 대학에서는 아직도 금속 활자로 텍스트 짜는 수업을 한다.) 예를 들어, 영미권이나 한국에서 '북 디자인' 이라면 먼저 표지 이미지를 떠올리는 반면, 네덜란드에서 그 말을 크기와 무게가 있는 물건 전체를 가리킨다…연례행사로 디자인이 좋은 책 50권을 가리는 전시회가 있다 그 전시 제목을 직역하면 '가장 잘 보살핀 책들' 정도 될 것이다. 이 행사에 맞춰 발행되는 도록에는 각 수상작의 저자, 디자이너, 출판사 등 기본 정보는 물론 출력, 제판, 인쇄 , 제본 업체, 판형, 무게, 쪽수, 발행 부수, 가격, 표지와 내지 지질, 제지 업체, 활자체, 제본 방식과 심지어 제책에 쓰인 접착에 종류까지 표시된다. 여기에서 디자이너는 화면 위에 추상적인 이미지를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종이와 잉크와 접착제로 만들어진 그 '덩어리를 보살피는 사람'이 된다.…"책은 친구를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누구나 카럴 마르턴스가 될 수는 없다"라는 말도 있다.하지만, 누구나 카럴 마르턴스의 책을 소유하고, 그의 친구가 될 수는 있다./최성민

hotel chelsea


미국에 있을 적 난 여차저차해서 서블렛을 구하게 되었다 첼시역 바로 옆에 있는. 그리고 짐을 푼 날인가 다음날인가 집주인 언니의 옆건물 산다는 친언니가 찾아 와 이런저런 얘길 나누게 되었다. 그 언니는 첼시호텔에 묵고 있다고 했고 꼭 한 번 와 보라고 했다. 첼시호텔엔 앤디워홀이나 스탠리큐브릭 같은 유명인사들이 묵었다고 했고 그 기를 받으려 지금도 수많은 예술가들이 일부러 이곳에 묵고 있다고 한다. 나도 그 언젠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첼시호텔 앞에서 영화장비를 막 꾸리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 거 같다. 그런데 어떤 용기가 안 나서인지 앞에서 서성대기만 했다. 그러다 호텔 안에 있는 백마그림을 보고 한참을 서 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침, 도서관에서 안창호 선생의 책을 집었다. 그가 남긴 편지들로 이루어진 책인데 참 재밌게 읽고 있다. 그가 나라를 생각하고 아내 혜련과 장남인 필립, 이름도 이쁜 두 딸 수산과 수라를 생각하는
그런데 안창호 선생이 쓴 편지에 '뉴욕에 상륙하여 첼시호텔에서 잤습니다'
09년 3월 New York

그대 가슴 속에 살아 있고 싶다



내가 당신께 다시 고하옵는 말씀은 인생이라는 것이 본래 장생불사 하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한 번 태어났다가 한 번 죽는 바요 , 또 사는 동안이 매우 짧은 것입니다.
나나 당신이 다 인생의 하나로서 세상에 와 있는 동안 잘 지내거나 못 지내거나 삶의 시간이 거진 다 지나갔고 이제 남은 기간이 많지 못합니다. 나는 나의 지나간 역사의 그릇된 자취를 더듬어 보고 양심에 책망을 받음으로 비상한 고통을 때때로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다 지나갔으니 후회막급으로 생각을 하여도 별도리가 없습니다. 그런즉 지나간 모든 것을 다 끊어 보내어 버리고 오직 남아 있는 짧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함이외다.
아무 별것이 없고 오직 사랑뿐입니다.

사랑, 이것이 인생이 밟아 나가야 할 최고의 진리입니다. 인생의 모든 행복은 인류 간 화평에서 나오고 화평은 사랑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여 본 바 어떤 가정이나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면 화목하고, 화목하면 행복한 가정입니다. 그와 같이 사랑이 있는 사회는 화평의 행복을 누기는 사회입니다. 사랑을 최고 자리로 믿고, 사랑을 실행하는 사람의 사랑으로 인하여 가정이나 사회에 화평의 행복이 촉진될 것입니다.

가정보다 먼저 사회보다 먼저 사랑을 믿고, 사랑을 품고, 사랑을 행하는 그 사람 자신의 마음이 비상한 화평 중에 있으므로 남이 헤아리지 못할 무한한 행복을 받을 것입니다. 그런즉 나나 당신이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에 우리 몸이 어떤 경우에 있든지 마음이 완전히 화평에 이르도록 사랑을 믿고 행하옵시다. 내가 이처럼 고요한 곳에 있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하던 결과 '사랑' 두 글자를 보내오니 당신의 사랑하는 남편이 옥중에서 보내는 선물로 받으소서. 이를 받아서 우선 집안의 자녀들을 평일보다 특별히 사랑하는 화평의 기분으로 대하소서. 삼촌 댁과 사촌 집 친족들이며 친구들한테 평시 감정을 쓸어 버리고 오직 사랑으로 대하기를 시험하소서. 그리하여 어떤 사람에게든지 자비의 정신을 품고 대하기를 공부하여 보소서.

아이들을 보고 싶은 마음은 평시보다 더욱 간절합니다.
그중에 필영이 생각이 더 많습니다.

1933년 6월 1일 대전형무소에서/안창호

2009년 5월 17일 일요일

선운사

시인 여럿이 선운사를 말한다.
선운사에 대해 쓴다 그곳에서 피고 지는 꽃에 대해
그곳의 운치나 바람에 대해

가고싶다

bansky


We don't need any more heroes, we just need someone to take out the recycling

Brandalism

사람들은 당신을 매일 괴롭힌다. 그들은 당신 삶에 침입해서
값싼 자극을 준 후 사라진다. 이들은 높은 건물에서 당신에게
추파를 던지며 당신을 보잘것없는 존재로 만든다. 이들은 버스
광고판에 당신이 섹시하지 않다는 무례한 문구를 적어 놓고
다른 곳에서 즐거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TV는 당신의 여자 친구가 당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끼게
만든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기술을 사용하며 이런
기술로 당신을 괴롭히며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광고주들이며 지금도 당신을 비웃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이런 사실들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광고주들은 트레이드 마크, 지적 재산권,
소유권법에 의해 벌을 받지 않고도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얘기할 수 있다.

당신이 보고 싶든 안 보고 싶든 선택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
모든 공공장소의 광고들을 망쳐버리자. 그 광고들을
재배열하고 재사용하는 것은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고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이 일에 대해 허가를 받는 것은, 당신
머리에 돌을 던진 사람에게 당신이 그 돌의 소유권을 가져도
되는지 물어보는 것과 같다.

당신은 광고 회사들에게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고 그들에게
특별히 공손해야 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당신의 코앞에서
자신들을 드러내기 위해 세상을 자기 방식대로 재정리했고, 그
일을 시작하기 전 그 어떤 것도 당신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그러니 당신도 그들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다./Banksy

who's banksy?



All artists are prepared to suffer for their work

but why are so few perpare to learn to draw?

ban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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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의 보수주의자들 '문화파괴행위vandalism'라는 평가 이상을 하지 않고…'장난질prankster'일 뿐…그는 진지하게 자유와 평등과 정의라는…그는 영국과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부와 관료체제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자본주의체제의 불평등과 비인간성을 고발한다. 이 세계에 대해 '중성적' 표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당파적'표현을 한다.그리고 그는 미술관이라는 '온실'에서가 아니라 길거리에서 그림을 보여주며, 현행범으로 체포될 가능성을 예상하며 작업한다. '장난'이라고 하면, 오히려 나는 한국의 미술계…최근 의미 없는 말장난(전시 제목)으로 시작해, 하찮은 개인적 사건이나 취미를 우스꽝스러울 만큼 진지하게 보여주는 전시가 적지 않다.
소금은 짜야 하고, 예술은 예술의 역할을 해야 한다.-뻔한 얘기-오늘날의 '물신주의'와 '관료화', '제도화' '상품화' 그리고 '학위지상주의'의 질주 속에서 과연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제도화'와 '물신주의'의 급류 속에서 그나마 미술이라도 인간의 본질을 성찰하고, 세계의 미래를 고민하며, 그러한 생각과 의견들을 새로운 감동으로 전하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뱅크시의 작업을 통해…그것이 사람들과 폭넓게 소통하고 있음
그러나 뱅크시도 이제부터가 문제다. 그의 작품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고가로 매매되기 시작한 이후, 과연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이태호

banksy, wall and piece.

두 사람이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 두 인물들은 모두 정규 미술교육 코스를 밟지 않았따는 것, 그리고 화랑과 미술관이 아니라 길에서 그림을 시작했다는 것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작품 내용에선 다른 부분이 더 많다. 바스키아는 그 표현 형식과 내용이 '개인'과 '개성'이라는 범주 내에 있다. 바스키아에선 자유스런 표현과 결합한 흑인성이 돋보인다. 그의 신선한 표현형식은 그의 독특한 내면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 형식주의적 특징이 그가 우리를 끄는 매력이다.(사진18)
하지만 뱅크시의 궁극적 관심은 '개인의 드러냄'에 있지 않다. 그는 공동체의 변화에 관심이 있다. 바스키아가 이 세계야 어떻든 '자기'를 충실히 표현하는데 그쳤다면, 뱅크시는 이 세계의 정의에 관심을 둔 채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바스키아가 출세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앤디 워홀과 몇 화상과 밀착했다면, 뱅크시는 미술계의 스타라든지 영향력 있는 인물보다는 '그린피스Green Peace'같은 환경단체나, 비정부단체NGO, 브라이언 하우Brian Haw-영국의 의사당 앞에서 5년째 반전, 평화시위를 하고 있는 인물-같은 평화운동가들과 행동을 같이하고 있다.
바스키아는 모더니스트적인 자유주의자로서 단독으로 백인 주류 미술계에 뛰어든 흑인이었으나, 그의 미학과 실천은 '개인의 표현'과 '회화의 형식' 이라는 테두리를 결코 넘지 않았다. 하지만 뱅크시는 포스트모더니스트로서 아나키즘과 반자본주의적 질서를 주장하며, '개인'이라는 범주를 뛰어넘어 인류 공동체를 바꾸려 노력한다. 그의 작품은 그것을 위한 도구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형식주의자formalist' 가 아니라 '도구주의자instrumentalist' 이다. 나는 그의 작품들에서 파리'68혁명 때에 길거리와 벽에 나타났던 무정부주의적 구호들과 포스터들을 연상하기도 한다./이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