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31일 일요일

다이고로야,고마워/오타니준코

아침, 도서관에 왔더니
내가 항상 궁금해하던 비밀의 문이 열려 있었다 긴 사다리 위쪽은 환했다 불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저긴 어디로 통하는 걸까.
또 봉사자 학생이 왔다 그애에게 책 정리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833번대에 꽂혀있는 저 책을 집어들었다. 난 선 채로 단숨에 읽었다.
다이고로 라는 기형원숭이. 팔은 반밖에 없고 다리는 아예 없었다. 오타니 가족과 함께한 동안 있었던 소소한 일들을 사진과 함께 실었다. 다이고로는 정말 가족이였다. 그리고 불현듯 다이고로는 떠났고 그 순간까지 사진에 담았다.
-벌써 뽀미가 떠난지 1년이라니, 난 고작 3,4개월쯤 된 줄로만 알았다. 하긴 벌써 송이를 식구로 맞은지가 6개월이니 그럴만 하다. 내가 집에 돌아와서 처음 굳어진 뽀미를 발견했다. 이상하고 섬뜩한 기분에 뽀미야 부르다가 아주 살짝 털을 스치고는 나는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었다. 잠깐이었지만 분명 딱딱했기에. 그리고 밖에 계신 엄마,아빠를 부르고. 엄마가 뽀미를 수건에 감싸기 전 사진 한 장을 남겨뒀었다.-
그런데 이 가족들, 뒷 얘기가 참 대단하고 영화 같다.왜인지 '조제,호랑이,그리고 물고기들'이 생각났다. 다이고로가 죽고난 후, 이 가족들은 장애인이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여관을 지었다. 가족 모두가 나서서. 마지막 사진이 인상깊었다. 휠체어를 탄 아주머니가 여관 한 켠에 마련된 다이고로 갤러리를 보며 같이 이야기 나누는 것.
그러고보니, 일본은 히로시마 원폭투어라는 큰 상처를 갖고있다. 그건 비단 그당시 사람들만의 아픔은 아닐것이다. 왜냐면 이렇게 아직도 여러 요인들과 복합적으로 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으니. 더군다나 이 가족의 아내인 오타니준코는 원폭을 직접 경험해 엄마를 잃었다.

금요일,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 날. 버스 안에서 그의 죽음과 함께 오늘 돌아가신 분이 또 있다며 정신대할머니를 소개했다. 15살때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정신대에 끌려가 일생의 반 이상을 그곳에서 보냈고 귀국 후에도 고향만 가면 그 생각에 다른 곳에서 사셨다고 한다. 것도 아주 어렵게.. 어렵게. 그러다 돌아가셨단다. 우리나라가 가진 상처다. 저러한 나라간의 불화로 어른들 대부분은 일본이 싫다고 하신다 심지어 내 친구도. 그런데 라디오에서 저 방송을 듣고 있자니 몇년 전 봤던 방송이 떠올랐다. 일본의 청년들은 우리나라에서 정신대할머니들을 찾아가 그들이 눈물흘리며 사과했다. 또 한국사람들에게 우리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달라고 도 했다.
아침부터 가슴이 벅차다.

어제 난 결국, 바다 한 뼘 가까이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아닌 바그다드 카페 비디오를 시청했다. 가가린에서 발견한 저것, 겉에 비닐포장도 뜯지 않은 채였고 아니나다를까 자막도 없었다. 해서 어쩌다보니 원어로 처음부터 끝까지 본 첫 영화가 되었다. 걱정과는 달리 쉬운 영어들로 말했고 사실 대사가 많지 않은 영화였다. 은선이가 좋다더니, 정말 좋았다. 시종일관 ost는 한 곡 이였다. 숙취에 몽롱한 기분으로 낮잠 한 숨 자고 본 영화는 거의 영상에 가까웠고 뜨개질 하던 손을 놓게 하였다. 비디오껍데기에 있던 1988 color film 이란 글자를 보고 괜히 반가웠다, 내가 태어난
좀 멜랑꼴리한 상황이 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그 노래. 그리워졌다

2009년 5월 30일 토요일


주사님께 말하고왔다. 점심시간까지만 있겠다고 일단 집에 가서 잠을 한 숨 자고 그 후에 뭘 먹고 책한권과 편지지2장과 메모들을 챙겨서 백남준아트센터에 갔다가 둘중 하나 골라 영화를 봐야지 오롯이 혼자일까
중학교 때 치던 땡땡이생각도 나고 열여덟살 때 처음 혼자 갔던 미술관,명동 김밥집 생각도 난다
오늘은 책을 읽을 수 없는 날이다. 어제 마신 보드카 때문일까 책을 폈는데 글자를 보니 울렁거렸다. 신기했다
그리고 주현이한테 말한것처럼 5월의 마지막 토요일을 갖게 되었다.

2009년 5월 24일 일요일

9songs





9 Songs is a 2004 British film, directed by Michael Winterbottom. The title refers to the nine songs played by eight different rock bands that complement the story of the film.
The film was controversial on its original release due to its sexual content, which included unsimulated footage of the two leads having sexual intercourse and performing oral sex as well as a scene of ejaculation. According to the Guardian, 9 Songs was the most sexually explicit mainstream film to date, largely because it includes several scenes of real sexual acts between the two lead actors. Margo Stilley's role is highly unusual in that she had unsimulated and very graphic sex with her co-star Kieran O'Brien, including genital fondling, female masturbation, with and without a vibrator, penetrative vaginal sex, cunnilingus and fellatio. During a scene in which Stilley masturbates his penis with her hand after performing fellatio on him, he became one of very few actors who have been shown ejaculating in a mainstream, UK produced feature. Due to the controversy, Stilley asked that director Michael Winterbottom refer to her simply by her character's name in interviews about the film./From Wikipedia





비오는 날, 나인송즈가 최고지 하는 말을 들으며 그 차에서 내렸다. 영화는 사실 기대 이하였다.1시간 좀 넘는 뮤직비디오를 본건지, 영화 속에 뮤직비디오가 껴 있는건지. 그런데 너무나 자연스런 둘. 누구나 하는 행동들, 하고싶어 하는 것을 다 보여 주었다. 사이사이 나오는 진짜 콘서트나 진짜 성행위나, 보고나니 아주 자연스러웠다. 이 여자의 몸과 검정색 팬티, 작은 가슴, 말라가는 입술을 적시는 혀,

가 닮아있었다. 영화는 별 내용없이 난 영상만을 쫓았고 공교롭게도 이걸 추천해 준 기타치는 그를 떠올렸다 그리곤 웃었다




다 놓아버려라

길다, 짧다, 깨끗하다,더럽다,많다,적다
분별하면 차별이 생기고
차별하면 집착이 생기게 마련.

옳은 것도 놓아버리고
그른 것도 놓아버려라.

긴 것도 놓아버리고
짧은 것도 놓아버려라.

하얀 것도 놓아버리고
검은 것도 놓아버려라.

바다는
천 개의 강, 만 개의 하천을
다 받아들이고도 푸른빛 그대로요,
짠맛 또한 그대로다.

다 놓아버려라.
/원효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그리고 좀 더 우둔해지리라.
가급적 모든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더 자주 여행을 하고
더 자주 석양을 구경하리라.
산에도 가고 강에서 수영도 즐기리라.
아이스크림도 많이 먹고 콩 요리는 덜 먹으리라.
실제적인 고통은 많이 겪게 되겠지만
상상 속의 고통은 가급적 피하리라.
보라,나는 시간시간을,
하루하루를 좀더 의미 있고 분별 있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리라.
아, 나는 이미 많은 순간들을 맞았으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그런 순간들을 좀더 많이 가지리라.
그리고 실제적인 순간들 외의
다른 무의미한 시간들을 갖지 않으려 애쓰리라.
오랜 세월을 앞에 두고 살아가는 대신에
오직 이 순간만을 즐기면서 살아가리라.
지금까지 난 체온계와 보온병, 레인코트, 우산이 없이는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사람 중 하나였다.
이제 내가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이보다 한결 간소한 차림으로 여행길에 나서리라.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지내리라.
무도회장에도 자주 나가리라.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라.
데이지 꽃도 더 많이 꺾으리라.
/나딘 스테어